2018년 8월 6일 [소수의견] [박혜진 앵커멘트] "어디에서라도 더 낮은 자세로 듣고 전하겠습니다.."
박경리 선생의 소설 '토지'는
반세기 동안 600여 명의 등장인물들이
통영에서 간도까지 오가며
끈질기게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인물의 백과사전과도 같은 이 대하소설의 주인공을
그저 ‘서희와 길상’이라고 잘라 말할 수 있을까요?
얼마나 많이, 오래 등장하느냐와 상관없이
모든 인물들에게서 각자의 인생을 읽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소설 '토지'의 위대한 점일 겁니다.
언론은 그동안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듯
수많은 인생이 엉킨 시대 속에서
간결한 역사 한 줄, 명쾌한 헤드라인 한 줄을 뽑아내는데
집중해 왔습니다.
선택받지 못한 목소리들은 흔적 없이 흩어지거나
사회의 그늘로 그늘로,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두렵도록 쨍한 여름 하늘 아래서
너무나 크게 번진 사회의 그늘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말의 무게’는 누가 결정하는가.
아무리 약한 목소리일지라도 일단 들을 수 있다면,
그래서 듣는 사람의 마음,
‘보통 사람의 평범한 마음’이 움직인다면
그것은 스스로 역사가 되고
오늘의 헤드라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